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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30일 문을 닫은 롯데백화점 마산점 1층에 불이 켜져 있다. /창원=우지수 기자



[더팩트｜창원=우지수 기자] "이 앞 백화점이 폐점하면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고, 매출도 반이나 떨어졌어요. 가뜩이나 경기도 어려워서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 같아요." 문을 닫은 롯데백화점 마산점 앞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 씨가 지난 26일 토로했다.

국내 쇼핑거점 지역 백화점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유통업계가 몸집 줄이기를 시작하면서 지난해 롯데백화점 마산점과 NC백화점 서면점 등이 영업을 종료했다. 유통업체 생존을 위한 결정이지만 폐점 백화점 인근 상인에게 닥친 어려움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6시, 롯데백화점 마산점 건물에서 50m가량 떨어진 수산시장 어시장에는 본격 설 명절을 앞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장을 보는 소비자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장사를 접고 점포 임대 안내문을 붙여 둔 매장도 찾아볼 수 있었다. 시장 상인들은 지난해 추석부터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산 어시장에서 수십 년째 채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B씨는 "솔직히 죽을 맛"이라며 "백화점 들렀다가 시장에 들르는 사람들이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갑자기 폐점 결정이 내려져 대비할 시간도 없었다"면서 "백화점이나 건물주 측이 폐점 후에도 건물이 방치되지 않도록 조치했다면 이렇게 장사가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마산어시장상인회에 따르면 통상 백화점 방문객의 30% 내외가 어시장을 방문했다.



지난 26일 오후 6시경 전 롯데백화점 마산점 건물 인근 마산 어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창원=우지수 기자



백화점 건물 근처 프랜차이즈 매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인근 커피 전문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에 따르면 백화점 폐점 후 7개월간 월별 매출액이 전년 대비 최대 60%까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주로 백화점 앞 택시 승강장에서 대기하며 근무하는 택시 운전사 C 씨는 "44년째 마산에서 택시를 몰고 있는데, 최근 어시장 인근 유동인구가 정말 적다"며 "백화점 건물이 어떤 용도로든 채워져야 대책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은 지난 1997년 대우백화점으로 처음 문을 열었고 2015년 롯데백화점에 인수됐다. 이후 지난해 6월 30일 건물주 KB자산운용과 임대차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은 지난 2023년 기준 국내 5대 백화점(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AK) 전국 점포 가운데 연간 매출액 최하위를 기록한 매장이었다.
롯데백화점의 점포 폐점은 사업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다. 소비시장 양극화,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한 유통 환경이 변화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매장 운영에 대해 고민한 결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기업의 생존 전략에 따른 폐점이 지역 사회에 끼친 영향은 작지 않았다. 백화점 옆에서 십수년간 사업을 꾸려 온 소상공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작용했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은 폐점한지 반년이 넘었지만 건물주인 KB자산운용은 다음 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창원시 측은 공공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6일 전 롯데백화점 마산점 건물 앞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 운전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창원=우지수 기자



올해도 백화점 폐점이 예정돼 있다. 오는 6월 서울시 구로구에 있는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이 영업 종료 예정이며 지난해 11월에는 부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이 매각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에는 신세계그룹의 도심현 스타필드 매장이 예정돼 있어 상권이 빠르게 안정될 수 있을 전망이다.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경우 부지 계획상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 목적으로 전환할 수 없어 매입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역 상권이 어려워지고,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챙기는 것도 힘들어지면서 주요 유통사들은 매출이 안 나오는 점포를 더 정리하고 싶어할 것"이라면서도 "지역 주민들의 반발, 지자체와의 협업, 직원들의 일자리 문제까지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점이 많아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지역 소멸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쇼핑거점 폐점을 최대한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채용 지원, 협동 프로그램 등 자체 유인책을 활용해서 지역 백화점이 영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역 쇼핑거점은 길게는 40년까지 그 자리를 지키면서 지역사회와 소통해 온 역사가 있는 공간"이라며 "매장과 함께 주변 상권도 발전했기 때문에 갑자기 폐점하면 그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롯데백화점 마산점 경우 창원시가 매장 손실을 보전해줄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했다면 상권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을 수 있다"며 "앞으로 문을 닫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상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생각해서 지자체와 상호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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