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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현대미술 : 꿈과 사유' 국제교류전이 오는 20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열린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사장 백수미)'의 7번째 기획전이다. 태국 작가 24명의 110점이 나왔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전시 감독을 맞았다. 그중 9점을 소개한다.
불교 국가 태국의 편견을 깨기에 충분한 화사한 색채와 파격이 전시장을 수놓았다. 시사적 당대성도 보인다. 작가마다 관점과 배경도 독특하다. 때로는 사회 정치적 이슈, 더 나아가 존재, 환경, 감정 문제 등도 다룬다.
미술평론가 박 교수는 "태국은 인구의 95%가 불교 신자의 나라지만 최근 젊은 작가의 작품에서는 그런 신화적·종교적 색채는 별로 안 보인다. 이는 태국 롯데카드 미술계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세대교체를 반영하는 것이다"라고 설명이다.

짜루파차 아차와싸밋&싸카린 크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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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루파차 아차와싸밋&싸카린 크르언, '돌연변이'(2023) 섬유(textile) 예술가다. 사람들이 이걸 하찮은 자수 뜨개질로 과소평가할 수 있지만 작가는 이를 예술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작품 해설을 맡는 '박일호' 교수


ⓒ 김형순 땡큐론 후기




이 재단은 2014년에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 설립했다. 동남아 문학총서 발간, 인문학 연구지원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한국 사이의 문화 교류를 지원한다. 이번 국제문화교류전도 그중 하나로, 아시아 각국의 숨겨진 미술을 발굴해 한국에 소개하는 프 우체국예금금리 로젝트이다.

2015년 베트남의 '아우라'를 필두로, 지난 6년간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6개국의 개성 넘치는 작품이 소개됐다. 올해는 태국 작가 차례다. 작년까지 인사동에서 하던 전시를 올부터는 예술의전당으로 장소를 옮겨 전시의 규모도 대폭 확대시켰다.
한 나라를 아는 데 대부중개업등록 관광보다 미술이 더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번 태국 현대미술도 그렇다. 이 나라의 정치와 경제, 사회적 규범과 종교적 의례가 예술의 그릇에 담겼다고 할까. 회화, 조각, 설치, AI 아트 등이 소개되어 태국미술의 이모저모를 엿볼 수 있다.
'꿈' 섹션과 '사유'의 섹션로 나뉜다

이번 전시는 '꿈'의 섹션과 '사유'의 섹션으로 나눈다. 먼저 꿈의 섹션에서는 14명의 신세대 작가가 소개된다. 젊은 세대라 실험적이고 역동적이다. 또 꿈과 열정이 넘친다. 매체형식도 다양하다. 각각의 개성미도 넘쳐 작품 감상하는데 지루하지 않다. 그럼 이들 작품을 감상해보자.










▲  줄리 베이커 앤 서머(Juli Baker and Summer) I '알레와 나의 필름 카메라(Alle and My Film Cam)' 아크릴 물감 100×100cm 2017


ⓒ 한세예스24문화재단




베이커 앤 서머는 신세대 작가다. 이번에 서울도 방문했다. 방콕에서 요즘 주목받는다. 원래 패션 전공자였으나 순수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2015년에 정식 데뷔했다. 여행가로 글도 쓴다. 그림에 본인이 글이 들어가기도 한다. 화풍은 그녀의 성격처럼 화사하고 자유분방하다.


태국 사회 전반의 이야기를 화폭에 담는다. 젊은 신세대 여성은 물론이고, 전통가정에서 희생적으로 사셨던 할머니도 다 그녀의 주인공이다. 난관 속 5명 자녀를 홀로 키우는 강인함을 보이며 모든 난관을 이겨낸 할머니도 그녀에게는 영웅이다. 그런 면에서 페미니즘적 요소가 다분하다.










▲  완 찌라차이싸꾼(Wal Chirachaisakul) I '멘토의 말을 들어요' 유화 180×180cm 2024


ⓒ 김형순




이번엔 90년대 태어난 작가 완 찌라차이싸꾼을 보자. 그는 태국 '실파콘' 미대에서 공부했고, 2011년 판화 대회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러시아, 캐나다, 태국에서도 수상했다. 2014년 졸업 후, 방콕에 자신의 스튜디오와 갤러리를 소유했으나, 지금은 모든 사업을 형에게 넘기고 전업 예술가로만 활동한다.


그는 장난감 사업을 하는 가정에서 자라 금속 물질에 익숙하다. 장난감을 만드는 재료가 조합형이기에 작가는 작품을 좀 엉뚱하고 낯설고 초현실적으로 배치하거나 변형하기를 즐긴다. 그림 속에 말 못 할 사연과 뒷이야기가 보인다. 그게 구체적으로 뭔지 알기는 힘들다. 색조는 좀 어두워 보이나 서구적 요소를 가미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웃음도 자아낸다.










▲  피차이 깨우위칫(Phichai Keawwichit) I 'B(Edition)' 프레임 캔버스에 사진 프린트 84×63cm 2020


ⓒ 김형순




피차이 깨우위칫 작가는 태국의 유망주 사진가 출신이다. 그는 사진 매체가 가진 특성을 십분 살려 미니멀한 화풍을 이룬다. 기하학적인 선과 면이 그래픽 요소와 잘 어울려 또 다른 색면을 잉태시켰다.


그럼 이번에는 '사유' 섹션으로 가보자. 10여 명의 중견 작가가 여기에 참가했다. 이들은 뉴욕과 런던, 비엔날레 행사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미술에서 사유의 폭을 확장하려 한다. 그래서 사회, 정치, 환경 등 문제에도 관심을 두고 탐구한다.










▲  씻웃 쁘랍리뿌(Silvut Prabripoo) I 'Lotus and his family' 색유리와 유화 140×200cm 2024


ⓒ 김형순




씻웃 쁘랍리뿌 작가는 향토색이 강한 북동부 '난(Nan)' 출신이다. 불교의 나라답게 연꽃과 식물이 어우러진 풍경화를 소재로 삼는다. 평범할 수 있는 이 작품이 돋보이는 건 '색유리'라는 독창적 재료 때문이다. 자연 풍경과 생물체가 조화로움 속에서 빚의 반사효과를 내기에 관객의 눈길을 잡는다.










▲  꾸써피야 니브싸(Kusofiyah NIBUESA) I 'Campus Vibe' Printmaking and paper assemblage 213×245cm 2024


ⓒ 김형순




'파타니(Pattani)' 출생인 꾸써피야 니브싸 작가는 화풍이 투박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녀가 사는 장소성 때문이다. 여기가 말레이시아 국경과 가깝다. 다시 말해 무슬림 문화권이다. 그래서 태국과는 사뭇 다르다. 때로 종교적 인종적 충돌이 오는 건 당연하다.


이 지역 판화는 전통종이를 써 색다르다. 주변의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있다. 그래서 갈등과 대립의 요소도 많다. 그러나 그런 악조건에서도 작가는 이곳 사람들의 일상에서만 볼 수 있는 삶의 진가를 놓치지 않고 소중하게 잡아낸다. 거기서 나오는 색다름의 아름다움이 보인다.










▲  러끄릿 띠라와닛(Rirkrit Tiravanija) I '무제(자유는 흉내 낼 수 없다)' 종이에 실크스크린 69.3×64.3cm 2021


ⓒ 김형순




러끄릿 띠라와닛 작가는 1961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1984년 온타리오 미대와 1986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외교관 자녀라서 어려서부터 에티오피아, 캐나다 등 여러 곳에서 살았다. 90년대 요리 만들기를 전시에 도입한다. 일종의 '관계 미학'이다. 이런 친밀한 공동체를 통해 예술에서도 사회적 상호작용을 확장하려 한다.

그뿐 아니라 그는 또 태국의 민주화운동시위 등도 즐겨 작품 소재로 삼는다. 신문지 활용이 이런 주제를 부각하는 데는 유용하다. 위 기사에서 보듯 2018년 미국 플로리다 고교에서 퇴학생이 총기 난사로 17명의 사람을 죽게 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런 끔찍한 사회적 이슈도 다룬다.

이 작가는 베니스, 상파울루, 휘트니미술관 등에서 열린 비엔날레에 참가하는 국제적 작가이다. 회화, 비디오, 게임, 판화, 사진, 음악 등 여러 매체에 손을 댄다. 2019년 워싱턴 '허시혼' 미술관에서 커리 등을 제공하는 음식 퍼포먼스전, 2022년 벨기에전, 2023년 뉴욕 MoMA PS1전, 2024년 '리움'에서 '아시아 작가(아트 스펙트럼)'전 감독도 맡았다.










▲  탓스나이 쎄타쎄리(Thasanai Sethaseree) I '무제(The Watchful)' Paper collage on fabric, diameter 170cm 2024


ⓒ 김형순




탓스나이 쎄타쎄리 작가는 정보사회에 대두하는 '감시'라는 테마에 초점을 둔다. 미셸 푸코가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감옥의 역사를 통해 권력 관계를 조명하며 쓴 책이 '감시와 처벌'이다. 이게 떠올린다. 깜박이지 않는 눈과 매정한 시선은 결국 개인과 사회를 국가로부터 극한 통제 속에 있음을 암시한다. 이런 시선의 권력은 지구촌 누구에게는 관련된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이야깃거리다.










▲  르앙삭 아누왓위몬(Ruangsak Anuwatwimon) I 'The Envoy' 아크릴 잉크펜 캔버스 위에 파스텔 펜 200×200×4.5cm 2024


ⓒ 김형순




끝으로 르앙삭 아누왓위몬 작가를 보자. 그는 못 쓰는 표본을 재로 태워 조각으로 '재생(Regenerate)'한다. 환경 파괴 속 멸종의 위기와 진화의 문제를 떠올린다. 지구의 많은 곳에서 자연의 파괴는 결국 인간을 점점 사라지게 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동양의 물아일체라고 할까.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악화를 최소화시키고 둘 사이의 연결성이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말한다.

이제 결론으로 들어가 보자. 이전 전시 기획자인 박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관객의 시간이라고" 무슨 메시지인가? 백남준은 1963년 첫 전시에서 전시의 주인공은 작가가 아니고 관객이라고 했는데 이번 전시도 그림을 감상하는 관객이 그런 방식의 실험이 필요한지 모른다.
관객은 자기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작가의 의도를 재해석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전시의 관점과 가치는 더욱 풍성해지고 확장이 된다. 그런 점을 살려야 미술 감상에서 새로운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닌가. 이런 전시를 통해 태국에 안 가본 사람이라도 이 나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눈을 열게 하는 좋은 방안이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