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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4일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은 기금공제 18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비상계엄 해제 불참한 국힘 원내지도부, 당 대표와 충돌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22분, 윤석열은 추경호 국민의힘 당시 원내대표와 약 1분간 통화했다. 해당 통화에 대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당 지도부에 일수 미리 얘기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가 비상계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계엄 해제 의결 불참은 윤 전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추경호 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 5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통화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발표 내용을 간단히 전하며 미리 얘기하 자대출 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짧게 통화가 끝났다. 계엄 해제안 표결과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12.3 비상계엄 관련 국민의힘 의원들의 SNS 단체채팅방 대화 내용과 내란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한 군·경의 동선, 그리고 한동훈 당시 당대표가 출간한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에 적힌 당시 상황 등을 개인기업대출 종합하면, 계엄 해제에 소극적이었던 추 의원의 ‘선택’은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먼저 추 의원은 계엄 당시 국회 본청에 있었지만, “국회 본의장으로 오라”는 한동훈 전 대표의 지시에 불응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 모인 친윤계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 전 대표는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에 이렇게 적었다.
한화생명
나는 서범수 사무총장에게 지금 원내대표실에 있는 의원들이라도 본회의장으로 와달라고 하도록 요청했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무조건 본회의장으로 와야 한다고 언성을 높이면서 몇 차례 통화했다. 그러나 원내대표 발로 국회 본회의장이 아니라 국민의힘 당사로 모이라는 메시지가 몇 차례 발신됐고, 본회의장으로 모이라는 내 메시지와 충돌했다. 이런 메시지 혼선 때문에 국회 본회의장으로 올 의사가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국민이 먼저입니다> 59p

지난해 12월 7일 박찬대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국회 본회의 연설문에는 이러한 한 전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나온다. 박 전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했을 당시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국힘당 의원들 의사장으로 돌아오라고 전화하고 호통치고 타일렀던 서범수 의원. 어서 빨리 돌아와서 국회의원의 본부를 다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계엄 당일 서범수 의원이 계엄 해제를 위해 동료 의원들을 설득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반면,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시 상황을 관망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일부 의원은 ‘국민의힘 당사로 모이라’는 원내지도부의 지시를 받고 당사에 머물렀다. 원내지도부는 12월 3일 오후 11시 3분쯤 의원 비상총회를 소집하면서 총회 장소를 국회로 공지했지만, 곧 국민의힘 당사로 정정 공지했다. 국회가 봉쇄되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날 오후 11시 7분쯤 배준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모든 의원님들 당사로 모여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국민의힘 단체채팅방에 전송했다. 이보다 약 3분 앞선 11시 4분쯤 서범수 의원도 “국회는 폐쇄되었다 합니다. 의원님들께서는 당사로 모이시죠”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렇게 공지를 받은 의원들이 당사로 향할 무렵, 당 지도부인 한동훈 전 대표와 추경호 의원은 당사 3층에서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이때 ‘계엄 해제’를 놓고 서로 입장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 한 전 대표의 주장이다. 한 대표는 “국회로 가서 계엄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추 의원은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한 전 대표는 책에서 이렇게 적었다.

추경호 원내대표와 당사 3층에서 만났다. 몇 가지 의견 차이가 있었다. 나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통해 계엄을 막아야 한다, 더 늦으면 국회가 봉쇄될 테니 지금 당사에 있는 의원들과 함께 신속히 국회로 가자고 했다. 반면 추 원내대표는 중진 의원들이 당사로 올 테니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자고 했다.나는 당 대표인 내 결정을 따라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에 더해 추 원내대표 명의로 계엄 반대 입장을 명확히 내달라고 했다. 원내대표까지 계엄 반대 입장을 내면 당의 공식 입장인 것을 더 강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추 원내대표는 당 대표인 내가 입장을 냈으니 별도 입장을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나는 그가 신중한 성품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국민이 먼저입니다> 35p

윤석열과 통화 직후, 의총 장소 국회로 변경…혼선 더 가중
윤 전 대통령이 추 의원과 통화한 시각은 3일 오후 11시 22~23분 사이다. 그 직후인 11시 23~26분쯤 계엄사령부는 “국회, 지방의회, 정당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포고령을 발표했다. 계엄사가 국회 활동을 금지한 뒤인 11시 33분쯤, 추 의원은 총회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 본청 예결위 회의장’으로 돌연 변경했다. 포고령 위반으로도 볼 수 있는 조치였다. 그럼에도 이날 자정 무렵까지 약 20여 분간 총회 장소는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오후 11시 57분쯤 총회 장소가 또 다시 변경되었다는 메시지가 단체채팅방에 올라왔다. 조정훈 의원은 “지금 추대표님과 소통했는데 들어가지 못하는 의원님들이 있어서 당사로 모이라고 하시네요”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앞선 총회 공지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김정재 의원도 새벽 0시 1분쯤 “권성동 대표님도 당사에 계신다”는 내용의 글을 단체채팅방에 남겼다.
이렇듯 변경된 지시는 “국회로 와야 한다”는 서범수, 한지아, 우재준 의원 등의 메시지와 충돌했다. 새벽 0시 3분쯤, 총회 장소가 ‘당사 3층으로 변경되었다’는 공지가 전파되면서 혼선은 극에 달했다. 같은 시각, 국회에선 무장 군인들이 국회 본청을 목표로 강제 진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추 의원은 왜 이런 상황에서 의원 총회 장소를 번복한 것일까. 이에 대해 추 의원은 앞선 보도자료(25.5.18)를 통해 ‘경찰의 국회 출입 전면 통제로 불가피하게 장소를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일 자정 직후 의총 장소가 당사로 변경된 것은 경찰에 의해 한층 강화된 국회 출입 전면 통제(12.3, 23:37~)로 의원들이 국회로 진입할 수가 없다고 하면서 일부는 자발적으로 당사로 이동했을 뿐 아니라, 여러 의원이 의총 장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실제 윤석열은 3일 오후 11시 30분쯤, 조지호 당시 경찰청장에게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불법이야. 잡아들여.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라는 지시를 내렸다. 경찰은 윤석열의 지시에 따라 11시 37분쯤부터 국회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11시 54분쯤 김봉식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포고령에 근거해서 일체 정치활동이 금지됩니다. 현 시간부로 국회의원 및 보좌관, 국회사무처 직원들도 출입할 수 없도록 통제하기 바랍니다”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국회 진입을 포기한 배경은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다소 의아한 것은 이처럼 경찰의 출입 통제가 강화되고 있던 시점에 오히려 추 의원이 대통령의 연락을 받고 국회로 갔다는 점이다. 추 의원은 “대통령의 계엄 해제 방해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대통령과 통화 직후 의총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 예결위회의장으로 변경하고 당시 당사에 있었던 동료 의원들과 함께 국회로 직접 이동하였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추 의원은 자신의 결백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추 의원은 국회에 있으면서도 의원들에겐 당사로 모이라고 지시한 뒤, 계엄이 해제되는 순간까지 당사로 복귀하지 않았다. 군·경의 삼엄한 통제를 고려하더라도 과연 추 의원이 계엄 해제를 위한 의원총회를 개최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포고령에 따르면, 의원총회는 정치 활동으로 간주돼 처벌될 위험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4일 새벽,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 도착한 계엄군이 본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더구나 추 의원은 계엄군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본회의장으로 향하던 순간까지 사태를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새벽 0시 20분쯤, 윤석열은 곽종근 당시 특전사령관에게 “아직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들어가서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어 새벽 0시 30분쯤에는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저지하기 위해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을 우선 체포하라”는 지시를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에게 내렸다. 또 0시 38분에는 방첩사 요원들로 구성된 ‘정치인 체포조’가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 검거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 추 의원은 새벽 0시 38분쯤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국민의힘 다수 의원이 국회 출입 통제로 들어오지 못하고 당사 등에 있는데, 국회의장께서 국회의원들이 국회 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회의 신속한 계엄 해제 결의와는 무관한 ‘시간끌기’로 해석될 수 있는 요구였다. 이에 대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계엄 해제를 고의로 지연시키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까지도 한다. 본회의 개의를 우원식 의장이 계속 양당 원내대표와 협의했던 상황이었고, 그 상황에서 시간을 계속 미뤄달라고 요청했던 상황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계엄 당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상계엄에 따른 국회 해산 가능성을 인지했다는 점은 의문을 더 키운다. 권영세 의원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0시 46분쯤 단체채팅방에 “비상으로 국회 해산이라고 하겠단 건가?”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신성범 의원 역시 11시 1분쯤 “국회는 해산되는 건가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약 1시간 뒤, 비상계엄에 따른 국회 해산 시도가 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음에도 추 의원은 끝내 다른 의원들과 함께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윤석열 ‘2차 계엄’ 시도, 막을 의지 있었나
새벽 1시 2분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이후에도 추 의원은 계엄 해제에 참여한 친한계와 정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당시 한동훈 전 대표는 “계엄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기까지 의원들이 해산하지 않고 (국회) 본회의장에 함께 모여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대통령이 2차 계엄을 시도한다면 또다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즉석에서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추 의원은 “당사에 의원들이 많이 있으니 당 대표를 포함해서 거기에 다 모여 있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이 먼저입니다> 83쪽)
새벽 1시는 아직 계엄군이 철수하기 이전으로 ‘2차 계엄’ 우려가 있던 때였다. 내란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날 윤석열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190명 들어갔다는데 실제로 190명 들어왔다는 것은 확인도 안 되는 거고,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두번 세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된다.
결과적으로 한 전 대표를 따랐던 ‘친한계’와 달리 대다수 ‘친윤계’ 의원들은 윤석열의 2차 계엄 시도를 막기 위한 사전 대비에 동조하지 않았다. 그중엔 계엄 당일인 3일 오후 11시 26분쯤 윤석열에게 전화를 받은 나경원 의원도 있었다. 추 의원 등 친윤계 의원들이 당시 어떤 판단을 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처럼 친윤계 의원들이 내란에 관여하거나 동조한 것은 아닌지 수사를 통해 그 진위를 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8일 기준, 내란 특검팀은 추 의원의 내란 방조 의혹 등에 대해 자료를 넘겨 받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뉴스타파 강현석 khs@newstapa.org